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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

전자회사 1년 10개월 근무 후기

1년에 이은 1년 10개월 근무 후기.
단, 매우 개인적인 근무 후기다.
 
(아직) 굴지의 대기업으로서 복지도 괜찮고 월급도 좋은 편이다.
보너스 안나오는 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고 나는 인프라 종사자로서 회사의 흥망성쇠에 미미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거에 대해 크게 불평하고 싶진 않다. 반도체 개발/생산한다고 고생하는 사람들은 불평이건 책임이건 뭐라도 있겠지 싶다.
 
나는 학위를 받고 경력직으로 입사했다. 
쓸데없이 연차를 인정받는 바람에 경험과 지식에 비해 연차는 쓸데없이 높다.
입사 선배와 연차는 같아도 실력 차이는 어마무시하다.
이것을 메꾸기 위해(아니, 꼭 메꿔야하나?는 의문은 접어두고) 부단히 노력해야함.
방법은? 그냥 열심히 하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님.
연차높은데 왜 그모양이냐 하면 아무말도 못하지만 나아지고 있는 중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면 됨...
 
요새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적극성이라고 불러도 되는 지 모르겠는 적극성이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경쟁사와 달리 인프라까지 직접 다 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진짜 직접은 아니고 결국 설비 개발과 제조는 협력사가 한다. 실험실 인프라는 없다고 보면 된다.
기술 개발을 의뢰한 협력사는 항상 기다려달라고 한다. 어쩌면 이건 당연하다, 본인들도 스케줄링이 있으니까.
협력사는 우리보다 훨씬 적은 인원으로 훨씬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일당 백임.
그래서 얌전히 기다리다 보면 나는 기다리기만 한 수동적이고 나태한 회사원1이 되어있고 결국 문제가 생긴다.
고로, 재촉 전화를 하거나 다른 업체/기술을 찾아보던가 직접 실험을 하던가 뭐라도 해야된다.
나태한 회사원1이 되지 않기 위해 하는 행위들이 나중에 진짜 도움이 될 지, 안 될지는 지금으로선 모르겠다.
그냥 뭐라도 하고 있어야 보고할 내용이 생기고 놀고 있지 않다는 인상을 준다.
뭐라도 해서 얻은 결과에서 뭐라도 견져지는 확률은 0이 아니기 때문에 이 업무 문화는 계속 될 것이다.
결론은 혹시 모르니까 뭐라도 조사하고 뭐라도 만들어두는, 요란하게 근무하는 사람이 되어야하는 근무 환경이다.
몇 년 일하다 보면 이게 맞다는 걸 체감하는 날이 오겠지?
 
그리고....보고가 굉장히 많음.
지금 많이 줄어든 거라는데, 뭔 협의체, 월간보고 어쩌고 진짜 자료많드는 데 시간 많이 든다.
ppt 공간 채우려고 무슨 내용이든 채워넣고 그림 그리고 있다. 
결과를 과장하고, 달성하지 못한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고하다가 회사가 망한 것 같은데...
제발 워드 반장에 진행 상황, 결과, 계획 요약해서 보고하는 문화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인간관계는 솔직히 매우 좋다.
면접에서 이상한 사람을 거의 걸러서 그런 지 왠만하면 정상적이고 간혹 재밌는 사람과는 친하게 지낸다.
진짜 도라이가 있다는데 아직 나는 남일임.
 
-여기까지 다소 우울한 근무 후기라고 부를 수 있는 불평불만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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