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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

전자회사 근무 1년 후기

- 근무 부서 : 연구소
- 전공 : 환경 공학
- 포닥 후 경력직 입사
 
입사하고 벌써 1년이 지났다.
살면서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갔었던 적이 있었을까.
 
글 쓰는 것도, 블로그 방문도 너무 오랜만이라 약간 어색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댓글에 답 못드린 분들에게 미안하다...)
회사 생활하다보면 안 좋은 일로, 심지어 좋은 일로도 감정 소모가 커서 간단한 블로그 대응도 하기 힘들었다.
사실 지금도 연차를 쓰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그냥 쉬고 싶어서 아무 계획 없이 쓴 연차다.
 

어쨌든 1년 근무 후기 :

 
1. 보너스가 안나와서 너무 슬프다.
2. 내가 하고 싶은 업무만 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데 1년이나 걸렸다.
3. 회사 대인관계로 업무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1. 보너스

 
회사 상황이 안좋으면 PS, 즉 보너스는 줄어든다.
처음 연봉 계약서에는 PS가 연봉의 50%일 때를 가정해서 합계가 써있기 때문에 보너스가 올해처럼 0%가 되면 기대했던 연봉보다 훨씬 적게 받는다.
주변에서 나의 연봉을 1억 정도로 추측할 때는 씁쓸하기만 하다.
연구소라 비교적 편한 근무 환경이기때문에 이 정도지, 고생 많이 하는 부서 사람들은 정말 화날 것 같다.
 

2. 업무

 
일하다 보니 삼린이 주제에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하지만 연구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하고 예산은 연구소 자체 심의, 경영지원 심의를 통과해야 사용할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연구는 연구소 자체 심의 단계에서 짤렸고 당장은 그 일을 못하게 됬다.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담담히 받아들이고 다른 일을 하면 되는데 한 2주간은 심적으로 좋지 않았다.
회사는 임원급 의견에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걸 몰랐고, 아마 학교든 정출연이든 이런 일이 비일비재 하겠지만 내가 회사를 왔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만 같은 생각에 사로잡혔다. 맞을 수도 있지만 밖은 더 추울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 회사가 원하는, 돈이 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회사에 이득이 되는 일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고 마음은 편해졌다. 학위 때문에 이런 당연한 생각을 처음부터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3. 인간관계

 
다른 부서는 모르겠지만 연구소는 연구 주제 발굴이 중요하다.
일이 현업 부서에서 떨어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찾아나서야 한다.
일 안하고 편하게 회사 다닐 수 있는 강철 멘탈이면 상관없지만 승진도 생각해야하고 과제를 안하면 일 배우기도 어렵기 때문에 아이템 발굴은 매우 중요한 업무이다.
하지만, 입사 초기부터 괜찮은 주제를 찾는 건 매우 힘들다.
학위 연구 주제 찾는 것과 달리 회사 상황과 시스템을 알아야 하기 때문... 그렇기 때문에 먼저 입사한 선배와 같이 일을 시작하는 게 베스트인데 이 때 선배의 의향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물론 부서장이 조율할 수도 있는데 부서장이 방치형 리더이면 선배의 의견 비중이 끝도 없이 커진다.
선배가 나와 일을 하고 싶은 지 여부에 따라 내 업무가 달라질 수 있는 이 상황을 사실 아직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 대학원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선배 의존도가 더 큰 느낌?
이 부분은 1년 정도 더 일하게 되면 확실히 결론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인간 관계를 잘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vs 본인 능력만 뛰어나면 상관없다.
회사 사람들 잘 보면 이 두 루트 중에 하나 선택하고 일하는 듯 하다.
나는 전자에 가까운데, 후자가 될 수 없는 내가 애석하게 느껴진다.
 
 
 

6개월 후기에 비해 약간 어두워진 1년 후기.
하지만 하루하루 배우는 게 많아서 보람되고, 사람들도 다 좋은 편이라 웃는 순간들이 많다.
원하는 대로 안풀려도 나중에는 오히려 잘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회사 생활하고 있다.
고작 1년이지만 고마운 사람이 많다... 앞으로 일도, 사람들한테도 더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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