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간단히 소감을 쓰기로 했다.
결심한 지는 한참이 지났는데 이제야 쓰게 된 계기는 결근아닌 결근.

줄거리
모하메드는 프랑스에 사는 고아다.
그를 돌봐주는 사람은 돈을 받고 아이들을 맡아주는 로자 아줌마로 유대인이다.
로자 아줌마가 주로 받는 아이들은 창녀의 아이들.
유대인, 아랍인, 프랑스인, 그리고 창녀들의 삶에 대한 모하메드의, 아니 에밀 아자르, 아니 로맹가리의 생각에 대한 책.
간단 소감
책을 읽고 대단한 생각이 들거나 한 건 아니다.
다만 책을 읽던 도중 로맹가리가 권총으로 자살했다는 걸 알게 되어 읽는 도중 '왜 자살했을까'라는 질문은 멈추지 않았다.
작가의 결말을 알아서 그런 지 책은 매우 우울하게 느껴졌다.
서술자의 시점이 모하메드가 성장한 이후라 마치 소아 우울증을 어른이 설명하고 있는 느낌.
표현력이 매우 풍부한 어른이 정신과 의사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털어놓는 문체다.
이미 지난일이라 말투는 담담하지만 설명이 너무 상세해서 읽는 동안 더 고통스러웠다.
외로움을 생생하게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읽으면 된다.
보호자가 죽어가는 고아의 상황이야말로 슬프고 무력한 상황의 최종 단계다.
그렇다, 작가는 자신의 우울을 쥐어짜고 독자를 고통스럽게 하려고 이 책을 쓴듯하다.
원래도 우울한 시기에 이 책을 읽어 더 우울해졌다.
그치만, 좋았다! 더이상 불행할 수 없던 처지의 모하메드는 결국 구원을 얻었으니까.
그 구원은 금발의 여자로 우연히 모하메드를 만났고 도움을 주고 싶어했던 사람이다.
뭔가 진짜 같지가 않다. 결국 흠없는 아름다운 결말은 모하메드의 상상일까?
모하메드의 현실적인 결말은 격리소 혹은 알고 지내던 창녀의 보살핌을 받는 것일텐데.
진짜 결말을 알고싶지 않은 나도 어린 모하메드와 마찬가지로 많이 나약해져있나 보다.
구절
"아무튼 나는 행복해지기보다는 그냥 이대로 사는 게 더 좋다. 행복이란 놈은 요물이며 고약한 것이기 때문에, 그놈에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어짜피 녀셕은 내 편이 아니니까 난 신경도 안 쓴다. 나는 아직 정치를 잘 모르지만, 그것은 언제나 누군가에게 득이 되는 것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행복에 관해서는 그놈이 천치짓을 하지 못하게 막을 법이 필요하긴 할 것 같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주절거리는 것뿐이다."
"나는 여전히 거기에 있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도대체 그 나쁜 년이 왜 내게 수작을 걸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뭔가를 이해하는 데 내가 워낙 젬병이라는 것을 미리 말해두어야겠다. 나는 늘 연구하느라고 시간을 다 보낸다.
하밀 할아버지 말이 맞다. 사람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한동안 어리둥절한 상태로 있을 뿐이라고 할아버지는 말했다."
요새는 사람들이 책을 잘 안본다. 나조차도 많이 안본다.
그렇게 때문에 독후감은 더더욱 아무도 안본다.
아무도 안 볼글을 쓰는 건 아무도 없는 공터에서 일기를 낭독하는 기분이다.
한 마디로 기분이 너무 좋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더이상 볼 영상이 없고, 더이상 할 쇼핑이 없을 때이다.
아예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정말 부럽다.
그런 사람들은 책을 읽는 것 말고는 할 게 많다는 거니까.
가끔 유튜브를 보면 책을 읽는 행위에 대해 대단하게 설명하던데 나는 그렇게 생각 안한다.
요새 난리난 한강 책을 이미 읽었다고 우쭐대는 내 모습도 우쭐대던 그 순간 정말 우스웠다.
마치 많은 걸 기억하는 듯, 감명받았다는 듯
그래도 깃털처럼 가벼운 내 하루하루가 책이라도 읽으면 좀 균형을 잡는 느낌이다.
남에게 말못할 욕망, 욕심, 습관들이 의외의 취미로 가려질까하는 소망